조국통일범민족연합 범민련 남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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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들술날숨] 사람은 흔히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듣는다
  
 작성자 : 범민련남측본부
작성일 : 2014-07-17     조회 : 756  

 
『사람은 흔히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듣는다.』
 
 
퀴즈를 하나 내겠습니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영희네 아버지는 딸이 5명 있습니다.
큰 딸은 영순이, 둘째 딸은 일순이, 셋째 딸은 이순이, 넷째 딸은 삼순이입니다.
그러면 다섯째 딸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즉시 답을 못 찾은 독자들은 이유가 뭔지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어디에 함정이 있는 것 같다구요? 어! 기분이 안좋으시다구요? 그러면 잘 맞춰 보세요.
언뜻 보면 쉬운데 즉시로 맞추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위 퀴즈가 언어마술 같기도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위의 질문을 할 때 듣는 사람은 말에서 답을 찾으려고 귀를 쫑긋 세우고 거기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왜 질문에서 답을 찾지 못할까요.
 
 
명준이는 주민회에서 역사기행의 조직담당을 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저기 인원을 대략 확인해서 도시락, 조끼, 기념품, 차량까지 맞춤 예약을 해놓았습니다. 이틀 전에 확인을 해보니 별 변동이 없어서 그대로 진행을 했는데, 아뿔싸! 당일에 모인 인원은 확인했던 인원의 1/3도 안되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참가비를 더 걷을 수 없으니 주민회 예산으로 충당했습니다. 200만 원 정도의 적자가 생겼습니다. 주민회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평가회의를 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이틀 전 만하더라도 변동이 없다가 왜 당일에 그렇게 큰 착오가 있게 된 것인지, 왜 사람들은 자신에게 비판을 세우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고 사람들이 야속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명준이의 생각은 “억울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봉철이는 문화부 일을 합니다.
노조 노래패, 좋은 공연 보기 모임, 좋은 아버지 모임, 가요반 등등 일이 너무 많습니다. 그렇지만 봉철이는 노래가 좋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게 즐거워서 짜증을 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봉철이가 하는 모임들은 큰 탈 없이 그럭저럭 유지가 되는 편입니다. 요즘 같은 시절에 이 정도 모임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봉철이는 스스로 자랑스러웠습니다. 모임이 많고 품이 많이 들다 보니 봉철이는 연락문제, 강사문제, 내용 잡기 등등을 혼자 결정하거나 주변의 형 동생들과 의논하면서 일들을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집행부회의를 하는데, 가요반의 운영내용에서 너무 남녀 간의 사랑타령 하는 노래만 부르는거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고, 여러 소모임을 운영하는 역할을 왜 혼자 좌지우지 하냐는 문제제기가 나왔습니다. 아, 봉철이는 머리가 갑자기 ‘띵’해졌습니다. 별 문제없이 소모임들이 돌아가고 있는데, 그렇다고 도와 줄 것도 아니면서 왜 이런 문제제기를 받아야 하는지 별로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잘 하려고 하는데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문제제기만 한다. 잘 하려고 한건데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하는 것이었습니다. 봉철이는 “나는 열정이 많고 똑똑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경식이는 다니던 직장의 계약기간이 끝나서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삼십 중반인데 결혼은 해야 되겠는데 여자 친구 볼 자신이 점점 없어집니다. 그렇다 보니 지역청년회 생활도 시들시들해집니다.

그런데 지역에서 주한미군이 술에 취해 시민을 폭행하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청년회 회의를 통해서 여러 단체들이 순번으로 연속 1인 시위를 시급히 조직해서 미군이 기소될 때까지 1차 시기를 잡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청년회에서는 백수인 경식이에게 역할을 맡기려 했습니다. 경식이 머리에 뭐가 확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 미친놈은 왜 술 쳐먹고 지랄을 펴서 나를 귀찮게 해!” 경식이는 뭐라 자기 의견을 말해보지도 못하고 사안자체가 시급하기도 하고 당장 시간이 나는 사람이 자기 밖에 없는 것 같아 하겠노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자동차 할부에, 월세에, 생활비에, 부모님 생활비 보내야 되는 등등의 문제가 밀려듭니다. 설상가상으로 여자 친구가 영화구경가자, 외식하자, 자기 고민 좀 들어 달라고 채근을 하는 터에 슬슬 짜증이 차오르는 상태였습니다. 경식이는 1인 시위 때문에 여기저기 연락도 하고 일정도 짜고 했으나 정작 1인 시위 현장에는 나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뭐, 연락만 하고 청년회에서는 사람이 왜 안 나오냐, 날도 더운데 음료수 하나라도 서로 먹으면서 좀 챙겨줘야 할 것 아니냐.” 당연히 경식이한테 이목이 쏠립니다. “와, 짜증나!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나한테 일을 맡기지 말았어야지. 하기 싫은 사람한테 왜 그랬어!” 경식에게는 이런 생각이 꽉 차있습니다. “나, 지금 힘들어”
 
 
형석이는 교섭주체였는데, 환율이 내려가고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 자재 값 인상으로 회사의 순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 공단 내의 유사제조업종들이 올해 임금협약투쟁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회사는 당장 인원감축을 하기 힘들 것이다. 등등의 근거를 들어 공단 내 연대투쟁이 중요하다는 방향을 잡고 상당히 교섭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하자고 했습니다.
 
조합원들도 집행부의 판단을 신뢰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파업찬반투표를 해보니 조합원들의 대다수가 파업을 반대하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부서별로 교육도 잘했고 교섭에 대한 경과보고도 구체적으로 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교섭의 방향을 전환할 수밖에 없었고, 사측에서는 강경한 입장을 가진 형석이를 포함해 간부 3명을 선별해서 근태로 징계를 해버렸습니다. 그런데도 조합원들이 노조를 사수하자고 잘 따라 붙지를 않는 겁니다.

형석이는 환장할 정도로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도대체 뭐가, 어디에서부터 잘못 된 거지?” 형석이의 문제는 “잘 모르겠다”였습니다. 알아보려면 조합원들의 상태를 잘 알아야 하는데 “잘 모르겠다”고 해 버리니 사람들 속에서 답을 찾을 의지도 엄두도 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형석이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으로 꽉 차있었습니다. “나는 내 판단을 신뢰한다.”
만든 지 얼만 안 된 친목 산악회에서 기세 좋게 강원도의 두타산에 야간산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모두들 도전의식도 생기고, 처음에 이런 저런 산행을 해 보면 친목도 훨씬 강해질 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복잡한 산행도 아니었습니다. 대식이는 산행대장으로 사전에 지도와 시간 등을 잘 점검하고 준비물도 꼼꼼히 잘 챙겼습니다.  

그런데 산에 오른 지 1시간이나 지났을 때 선두에서 길을 잘못 들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야간산행에 30명 정도면 사람들이 잘 챙겨지지 못하고 어떨 때는 옆길로 새는 사람도 있다는 걸 그때야 알았습니다. 잘 따라 붙지 않으면 앞사람을 놓칠 수 가 있습니다. 시간이 새벽 1시 2시면 산속에서는 대열을 잃으면 후레쉬만 갖고는 잘 찾아지지 않습니다. 소리를 쳐 보아도 방향을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다.
 
 

대식이는 개별적으로 길을 찾는 것을 중단시키고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진정시킵니다. 나무에 걸린 띠를 보면 길을 찾기 쉬운데 띠도 잘 안보입니다. 아, 이럴 때 목소리가 큰 사람이 왕입니다. 그러나 “아니면 말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식이는 갑자기 혼이 빠져 버립니다. “야! 사람들은 자신이 힘들다고, 자기 말이 맞다고만 말하는구나”
 
 
독자들께서는 위의 어떤 경우를 경험해 보셨나요?

사람은 보통 자기가 경험한 정도에서 일을 풀어 나갑니다. 그리고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을 골라 듣고, 듣기 싫은 말은 잘 경청하지 않습니다. 불편한 경험, 생소한 경험, 힘든 경험을 하지 않으려하기 때문이죠.
 
사회관계에서 자기 생각만 하면 소통과 공감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러면 실수나 마찰, 대립 등등을 반복해서 겪게 됩니다.

사람관계에서 의견이 서로 다름으로 해서 멀어지기도 하고 격하게 충돌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람과 대화를 하는데 여러 각도와 관점에서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는게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게 자신의 의지대로 잘 움직이지 않을 때는 주변의 환경이나 과거의 습관에 따라 움직이게 됩니다. 관성인거죠. 구태의연하다, 진부하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누군가를 도와주고 밀어 주고 이끌어주려는 사람이 자신의 허물보다 남의 허물이 더 눈에 잘 띄면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봐야 합니다. 그리고 나의 행동이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면 그 행위의 진정성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우리는 관계의 발전, 관계의 진화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의 의지에만 의존해야 합니다.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하지 않는거죠.

가슴이 닫히고, 관점이 닫혀 있으면 새로운 것이 들어오지 못합니다.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골라 들으면 독불장군이 되거나 고립된 섬에 갇혀서 거대한 관계의 진보를 만들어 갈 수 없습니다.
 
 
독자께서는 어떻습니까.
뭐 하나 만만한게 없는 세상을 살면서, 세상사는 힘을 더 키우기 위해 서로 경청하며 서로에게 존중과 연대의 기운을 높이며 살고 게십니까.
오늘은 나 자신을 붙들고 있는 고착화된 덫은 없는지, 남을 받아들이기 힘든 원인은 무엇이 있는지 눈을 스스로에게 돌려 보는 그런 시간을 한번 가져 보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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