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통일범민족연합 범민련 남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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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들숨날숨]어떻게 굽든 맛있기만 하면 된다?
  
 작성자 : 범민련남측본부
작성일 : 2014-09-18     조회 : 655  
 첨부파일 :  들숨날숨_132호.hwp (20.5K) [18] DATE : 2014-09-18 16:57:01

어떻게 굽든 맛있기만 하면 된다?



회식자리에 자주 등장하는 음식을 손꼽으라 하면 아마도 삼겹살이 으뜸이 아닐까 합니다. 사시사철 계절에 관계없이, 장소를 불문하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삼겹살을 즐겨 먹습니다.


입맛을 돋우는 여러 양념들이 개발되기도 하고, 굽는 불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특히, 쌈 문화는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울 만큼 독보적입니다. 몸에 좋다면 양잿물도 마시고 바퀴벌레도 잡아먹을 만큼 강장 보양식품에 민감하다 보니 건강채소를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돼지사육방법과 가공과정이 가히 사람의 탈을 쓰고는 할 수 없는 야만적인 방법이라 입맛이 뚝 떨어질 때도 있지만 서민들이 즐겨찾는 음식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삼겹살을 놓고 소주 한잔을 할 때면 여러 사람들 가운데 꼭 한명 정도는 삼겹살을 굽는데 나름대로 비결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고기에 손도 대지 못하게 합니다.
불판에 고기를 배치하고, 고기를 뒤집는 시점이나, 고기가 가장 맛있게 익는 색깔과 기름이 빠지는 정도를 꿰고 있습니다. 집게와 가위를 들고 있는 사람이 ‘갑’입니다. “이제 됐으니 먹으시오”라고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양파나 파절임으로 쓴 소주를 두 세잔은 넘겨야 비로소 입에 고기가 들어 갈 때가옵니다. 특히, 소고기를 구울 때는 육즙이라는 게 적당히 우러나오고 고기가 질기지도 너무 퍽퍽하지도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똑같은 값을 지불하고도 고기를 굽는 사람에 따라 그 맛이 차이가 나는 거죠. 이렇게 맛있게 구워주는데도 간혹 귀찮다고 짜증을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성질이 급한거죠.


고기 굽는 달인들에게 물어 보면 고기는 아무렇게나 구우면 결코 맛있을 수가 없다고 딱 잘라 말합니다. “뭐! 고기를 아무렇게나 굽는데 맛있다구? 그건 파쇼 밑에서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거고, 산재사고와 노동탄압이 있는 살벌한 현장에서도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얘기와 똑같은 겁니다. 한마디로 사기죠.” 뭐 이정도 얘기가 오갈 정도면 이 분은 고기 굽는 것에 대한 철학이 딱 잡힌 분입니다. 더 이상 말 걸지 말고 주는 대로 받아먹는 게 상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축구 애호가들에게는 귀에 거슬릴 수 있는데, 한국 축구가 딱 그렇습니다.
축구 경기에서 이기는 3대 비결은 팀웍과 체력과 기술입니다. 이 세 가지를 받치는 것이 정신력입니다. 두말하면 잔소리죠.
선수가 1경기당 뛰는 거리가 9㎞이하면 그 경기는 박진감이 없고 맥빠진다고 합니다. 골문 앞에서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선수들은 4km정도 뛴다고 하는데 요런 뺀질이 선수들은 교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지성 선수같이 ‘심장이 둘 달린 사나이’는 12㎞정도 이상을 뛴다고 하는데 모든 경기에서 13km정도 뛰는 선수는 그리 흔치 않다고 합니다.
아주 부지런한 공격수가 한 경기에서 뛰어다니는 거리는 12㎞∼14㎞에 이르는데, 이는 양쪽 골문을 약 130번 정도 오가는 거리라고 합니다.
물론 주행거리가 많다고 경기에서 꼭 이기는 것은 아닙니다. 공 주변에서 얼마나 속도를 높여 조직적으로 뛰느냐가 기회를 잡는 관건이기 때문에 전술도 팀웤도 없이 그냥 열심히 공을 따라다닌다고 축구가 되는 것은 아니죠.
선수들이 운동장을 넓게 쓸 때 기회가 열린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시야가 넓은 축구는 공을 앞질러 줍니다. 이 때 전력질주가 필요합니다. 빈 공간에 공을 넘겨주고 신호를 받은 선수가 전력질주하면 보통 기회가 많이 납니다. 이럴 때 “야! 축구가 저 정도는 돼야지”하는 탄성이 나옵니다.


민형이는 금형반과 사출반의 합동 회식을 어렵사리 만들었습니다. 작년 추석 회식 때 합동회식을 하다가 불미스러운 마찰이 있었기에 단합자리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고 벼르고 벼르던 자리였습니다. 식당에 다 모아보니 40명은 넘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술만 먹다가 끝났습니다. 이 자리 만드느라 전화만 200통을 넘게 했는데, 돌아 온 것은 80만원 짜리 영수증뿐이었습니다. 민형이는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오는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이면 자연스럽게 서로 덕담도 나오고 술 한 잔씩 들어가면 노래도 나올 줄 알았습니다. 진짜로 그냥 술만 먹다가 끝났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정석이는 공단지역 활동가 연대모임에서 기획 일을 맡았습니다. 미국의 대북 핵선제공격을 위한 한미연합훈련이 강도 높게 진행되던 때라 정세강의와 토론을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때가 때이니 만큼 예상보다 많은 간부들이 참석하였습니다. 질의도 꽤 나올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판을 열어 보니 간부들이 강사의 얘기를 듣고 나서 이렇다 할 질문도 없고 결의발언도 없고 밋밋하게 끝나버렸습니다. 평가하는 자리가 열렸습니다. 정세강의와 토론을 하는 자리에 대한 사전공지만 있었지 내용에 대한 공유가 없었다는 점이 지적되었습니다. 일을 너무 실무적으로만 처리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간부들 불러다 놓고 강연을 듣는 청중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정석이는 “그래도 명색이 간부들인데 자기들이 고민이 없어 그런걸 왜 나에게만 지적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생겼습니다. 고생해놓고 이런 소리 들으면 짜증이 나지 않겠습니까? 다른 간부들은 정석이가 말귀를 못 알아 먹는다고 또 비판을 합니다. “에구 에구”


영철이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캠핑을 왔습니다. 이게 몇 년 만인지 너무 설레었습니다. 산길을 굽이돌아 캠핑장에 도착하니 가슴이 뻥 뚫립니다. 앞에는 너른 개천이 있어 무릉도원에 온 것 같이 즐거웠습니다. 텐트를 치고 저녁먹거리를 준비하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소고기 돼지고기는 넉넉히 사왔는데 양념을 하나도 가져 오지 않고, 도마와 칼도 없고, 숟가락도 챙기지 않았던 겁니다. 쉬러 왔는데 먹거리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면 관중 없는 축구경기를 하는 것이고, 술 없이 고기를 먹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캠핑장에 왔다고 그저 즐겁기만 하겠습니까?


회사든 단체든 간에 어떤 일을 놓고 구체적인 방법론이 잘 안 나오고 토론이 길어지면 “잘 해 봅시다”라고 회의를 마무리 짓습니다. 머리를 싸매고 얘기해 봐야 뾰족한 수가 없고 어림잡아 이렇게 저렇게 하면 수가 생기지 않겠냐 이런거죠.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이 참가하는 토론회, 수련회, 단합대회는 계획한대로 결과가 잘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어김없이 벌어집니다.


특히 분임 토론을 해보면 주로 큰 주제에 대한 세부적인 토론을 하게 되는데 토론주제에 따라 그 결과는 많은 차이가 납니다. 여러 사람들이 모이면 분위기도 달아오르고 결의도 높아질 것 같은데 그게 그렇게 잘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삼겹살 굽는 것에 굳이 비유를 하자면 불판을 잘 예열시키고, 불판에 비계로 기름칠을 충분히 하고, 고기 배치를 잘하고, 맛있게 익는 시점을 잘 골라야 합니다. 섣불리 고기를 먹으면 속이 안 익은 채로 질겅질겅 씹어야 하고, 어떤 때는 너무 바삭거려서 식감이 좋지 않습니다. 밥 하는 것도 같습니다. 물을 잘 조절해야 하고 센 불에는 몇 분을 끓이고 뜸을 들이는 불은 어느 정도로 해서 몇 분을 놔둬야 하는지를 잘 알아야 합니다.


수련회를 호기 좋게 열었다가 별반 성과 없이 끝나고 오히려 힘이 빠지는 경우를 경험해 보았을 겁니다. 공감을 얻고 이를 반영하고 소외되는 참가자가 없이 한 두 가지의 구체적인 결정이나 사색의 성과를 가져가도록 하는 과정과 절차를 세심히 잘 살펴야 합니다.


누가 시키는 대로 하거나, 남에게 지시만 해본 사람은 창조적인 활동이 미약하거나 유연하지 못하거나 세련되지 못해서 사람과 관계하는데 그리 순탄치 못합니다. 이런 사람을 외부 영업이나 연대사업에 섞어 놓으면 불협화음이나 마찰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사람이 설익은 거죠.


『삶』에 대한 정의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습니다.


『삶은 관계이다.』 이런 정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태어난 시대와 역사와 관계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가족과 친구와 이웃과도 관계하면서 살아갑니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과도 관계하지만 뜻이 정반대인 사람과도 관계하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자연하고도 관계를 해야 하고, 술과도 관계를 잘해야 합니다.


이 관계를 잘 정돈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됩니다. 숙명론자가 되거나 우월감에 빠지거나, 패륜아 전쟁광이 되거나, 보신주의자 출세주의자가 되는 것 등등은 모두 자신을 둘러싼 것들과 관계를 잘 하지 못해 나타나는 결과들입니다.


권력에 빌붙고 돈에 미쳐 살고 약자위에 군림하며 오로지 자신의 욕망만을 위해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마저도 가혹하게 파괴해 버립니다. 삼성전자의 노동자들이 똑같은 백혈병으로 반복되는 죽음을 당해야 하고, 농민들은 수십년에 걸쳐 몰락하는 농토에서 갈아엎기를 연례행사처럼 해야 합니다. 가정폭력 학교폭력 사회폭력 조폭적인 군사문화에 세뇌된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면 그 폭력을 대물림하는 장본인으로 되고 선량한 청년들이 인간성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허리가 두 동강 난 민족은 1년 365일을 핵전쟁의 살얼음판에서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로 볼 때 자주통일과 민주주의 실현은 바로 『사회적 관계의 총체적 재정립』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람이 아픈 것은 몸과 정신에 대한 재정립입니다.
이렇게 세상은 본래의 제 모습을 찾아가게 되고, 사람은 자신의 진면목을 되찾아 갑니다.

아무렇게나 살아서는 인생의 참맛을 알 수 없습니다.


이게 오늘 『민족의 진로』열혈 독자 여러분과 곰곰이 되짚어 보자고 했던 메시지입니다.

길을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실제로 그 길을 가는 사람의 차이는 엄청 납니다.
평탄한 길, 숨이 차오르는 깔딱고갯길, 앞도 안 보이는 구불구불 숲속길, 살을 에는듯한 눈 쌓인길, 먼지나는 길... 길마다의 희노애락과 땀과 느낌이 다릅니다. 길을 가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이 차이가 백지장 한 장 차이라고 할 수 있으나 용기, 결단, 책임감 등등에서는 대단히 큰 차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생의 참맛을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 봐야 참인생의 길을 걷고 있는 한사람보다 못합니다.


조국반도의 정세는 터질 듯 부풀어 오른 풍선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6.15의 위력을 온 몸으로 새록새록 절감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분단 70년, 통일염원 70년의 세월을 맞이해야 하는 시간 앞에 서 있는 민족의 진로 독자 여러분.


뜨거웠던 여름을 보내면서 인생의 참맛을 누리고 있는지, 잘 익은 것과 더 익혀야 할 것을 구분하면서 우리의 생활이 그렇게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되돌아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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