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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진술] 이규재 의장 외 2인의 항소심 최후진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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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범민련남측본부 조회63회 작성일 12-05-2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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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후 진 술 서

사건번호 : 2012 노 82 국가보안법
피 고 인 : 이 규 재
일    시 : 2012년 5월 18일

재판장님 그리고 판사님, 인사드립니다.
그리고 범민련 변호인단 여러분, 참으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2009년 5월 7일 범민련 남측본부를 대대적으로 정치탄압한 지 꼬박 3년이 되었습니다. 짧지 않은 기간 변론은 물론 숱한 기자회견, 헌법소원, 회의참가 등의 활동을 오직 시대적 양심으로 거의 무료로 진행해 주신데 대해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으로서 다시 한 번 높게 치하 드립니다.
검찰 여러분, 우리의 이름을 후세들이 부끄럽게 여기거나 전쟁의 비극을 물려준 사람으로 기억되지 않도록 다 같이 애썼으면 합니다.
방청하고 계시는 범민련 성원 여러분, 동지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이 재판을 항상 곁에서 지켜보고 응원해 주며 나라의 평화통일을 위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어 든든합니다.
재판장님,
나는 오늘 상식과 양심에 기초해 재판부에 세 가지 의견을 드리려고 합니다.
첫째는 사법부가 국민의 희망을 대변하는 따뜻한 사회기관이기를 바랍니다.
둘째는 본 법정이 국가안정을 해치는 통치수단으로서의 국가보안법 집행을 제지해 주기를 바라는 의견입니다.
셋째는 우리 모두가 67년에 이르는 고통스러운 분단상황을 더 이상 후세들에게 전가시키지 말았으면 합니다.
 
 
(1)
재판장님,
나는 다른 국가기관처럼 사법부의 근본사명 역시 사회의 평화와 구성원의 행복을 구현하는데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기에 사법부는 일반적으로 <사회질서에 관한 법>과 <공공이익에 관한 법>을 기준으로 시비를 가려줍니다.
그런데 아시는 바와 같이 사회질서와 공공이익을 규정한 법전은 국민의 의식과 실천이 변화발전 하는데 따라 지속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호주제 위헌, 변호인접견방해 위헌, 유치장 수감자 신체과잉수색 위헌 등은 그런 사례의 일부입니다.
그러나 평화통일과 인권에 심각히 영향을 끼치는 국가보안법과 적용과정은 유독 변화가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더딥니다.
2009년도 3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실시한 국민 통일여론조사 보고서에 보면, ... 북한에 대한 긍정적 견해가 78.2%로 높게 조사되었습니다.
그리고 남북통일에 대해 찬성한다는 답변이 69.8%가 나왔습니다.

나는 항소이유서에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국민의식>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2009년도 3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실시한 국민 통일여론조사 보고서에 보면, ... 북한에 대한 긍정적 견해가 78.2%로 높게 조사되었습니다.
그리고 남북통일에 대해 찬성한다는 답변이 69.8%가 나왔습니다.
 
 
따라서 나는 범민련 변호인단과 1심 초반 재판부가 통신비밀보호법 제6조 7항 단서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획득한 것은 사법부의 권위를 높이고 법의 발전을 이룬 중요한 계기였음을 상기시켜 드리면서 사법부에 정중히 바랍니다.
사법부가 한낱 법전을 외우고 숙련된 기술을 보여주는 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민심을 반영하는 새로운 법적 사색과 판단이 창조되는 권위 있는 법철학 기관이기를 바랍니다.
사법부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있는 입법부, 행정부의 종속기관이 아니라 사회공동체 성원들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나타난 민의를 법정에서 구현하며, 어제의 법전과 오늘의 권력에 항상 긴장을 주는 정의의 표상이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사법부가 입법부의 법전과 행정부의 기소 사이에서 추상같은 공명정대함으로 피고가 주장하는 공익이 있다면 최대한 살피고 대변해주는 따뜻한 사회기관이기를 바랍니다.
 
 
(2)
재판장님,
나는 국가보안법이 국가의 안전과 안정을 위해 만들었다는 통치논리를 부정합니다.
오히려 국가보안법이 국가의 안전과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단일 뿐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지금 <국가의 안전과 안정을 위태롭게 하는 측>이 과연 누구인가 하는 것입니다.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주도했던 남북공동선언 실천 10년이 이명박 정부의 민족 적대정책에 의해 의도적으로, 왜곡되고 사라졌습니다.
지금 남북관계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이 달 말에는 아예 동족인 북측을 압박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한일군사협정을 맺는다고 합니다.
   
이런 얘기하면 혹자는 2002년의 서해교전과 2010년의 연평도사태를 떠올리며, 남북 사이는 여전히 적대적인 관계이고 북측이 도발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측 당국이 영해선처럼 주장하는 소위 서해북방한계선-NLL은 남북이 합의한 합법적인 선이 아니라고 미국무부, 조선일보, 대한민국의 전직 국방부장관도 확인 한 바 있습니다.
오늘의 전쟁직전 위기는 미국과 남측의 긴장고조 정책에 기인한다고 봐야 합니다.
여러분,
나는 개인 이규재로서가 아닌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으로서 간곡히 호소합니다.
현재 조성된 전쟁직전의 위기를 제거하는 일에 본 법정이 일조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조성된 전쟁직전의 위기는 6.15공동선언을 이행하려는 북측을 배척하고 내외의 통일민주단체와 인사들을 정치탄압하며 6.15공동선언을 완전부정한데서 비롯되었습니다.
그 대결적인 통치논리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국가보안법입니다.
그러니 <국가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태롭게 하는 수단인 국가보안법> 적용을 제지시키는 것은 곧 전쟁 대결정책에 제동을 걸고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길입니다.
또한 지금 이 나라에서 <국가의 안정을 심각히 해치는 측>은 과연 누구입니까?
이 나라 국민들은 4대강개발, 전세대란에 쫓겨 다니고 부자감세, 영어몰입교육, 물가폭등, 비정규직확대, 축산농가붕괴, 고액 등록금에 허리가 휠대로 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세계 1, 2위를 다투는 자살공화국이 바로 여깁니다.
이제 곧 한미FTA가 시행되면 중산층, 전문직의 생존권도 벼랑 끝에 몰릴 것이라는 국민적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현직 판사들조차 사법주권 붕괴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을 돌보지 않고 온갖 부정부패로 치부해 왔습니다.
이명박씨와 아들 이시형 씨가 대통령사저비리로 법정에 서게 될 예정이고 그의 일가친척, 장차관, 측근 수십 명이 온갖 부정부패로 구속되었습니다.
그야말로 BBK, 4대강개발, 원전사업, 저축은행, 파이시티 등 이명박 씨가 벌인, 관련된 모든 사업과 이명박 씨에게 정치적 경제적 사법적 이익을 준 모든 이들에 대해서 반드시 검증을 하지 않으면 국가가 절대로 안정을 취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는 언론사 장악, 촛불시민 탄압, 용산철거민 살해,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정치적 보복, 쌍용차 노동자 진압 그리고 통일 민주단체와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마녀사냥, 압수수색, 불법사찰을 벌여 사회적으로 엄청난 공포를 조장하였습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실정, 악정, 폭정으로 나라가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학생, 시민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이런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고 저항하는 국민들, 야당 정치인들을 무조건 좌파로 모함하고 국가보안법으로 구속하고 있습니다.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을 비판하는 국민을 국가보안법으로 탄압하는 정권이야말로 국민과 국가의 안정을 해치는 세력입니다.
판사님,
나라가 심각한 전쟁위기에 내몰려 있고 우리 국민들이 하염없이 피눈물을 흘리는 이 기막힌 정황을 두고 다시 한 번 간곡히 호소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사문화된 국가보안법을 되살려 민족화해와 단합을 위한 남북공동선언 및 범민련의 합법적인 활동을 전면 배척하고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하며 <국가의 안정을 심각히 해치는> 이 국가적, 총체적 위기의 고리를 추상같은 권위와 정의의 판결로 끊어주십시오.
이 재판정에서 회합이니 지령이니 잠입이니 탈출이니 등등의 악법 조항들을 일일이 다투는 것을 넘어 <평화냐 전쟁이냐>, <통일이냐 분단이냐>의 기로에서 판단해 주십시오.
평화여야 하고 통일하는 것이 맞다면 현 정부의 부패와 무능을 가리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연륜과 권위를 자랑하는 이 법정에서 사문화시켜 주십시오.
 
 
(3)
재판장님,
이제 마지막으로 분단 67년에 대해 간략히 소회를 밝히고 진술을 마치려고 합니다.
참으로 기나긴 분단 세월입니다. 그 사이 우리 민족은 너무나 큰 고통을 겪고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 형극의 민족운명을 우리 세대가 극복하지 못하고 우리 후손들에게 떠넘기고 간다면 이것보다 부끄러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동족 분열과 대결의 수단이 된 64년 묵은 국가보안법을 후세에 물려준다면 도리가 아닙니다.
대결정책과 무력으로는 절대로 통일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지난 역사가 뚜렷이 입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현실임을 직시해야 합니다.
6.15공동선언에 있는 그대로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서로의 이념과 체제를 존중하면서, 제2, 제3의 개성공단으로 협력하고 번영을 기해야 합니다.
우리가 간 길이라면 평화를 위한 금강산 길이었고 통일을 위한 평양 길이었으며 우리 후세들의 밝은 앞날을 위한 심양 길이었습니다.
재판장님,
고통의 역사에 함께한 동시대인의 우정 어린 마음을 담아 마지막으로 호소합니다.
우리 연배에 무슨 욕심이 있겠으며 누구를 두려워하겠습니까?
두려운 것이라면 우리 후손들의 눈이고 욕심이 있다면 우리 후손들이 이 좁은 터전 위에서 서로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그리고 부유하게 사는 것일 겁니다. 
그 길에 헌신해 온 여기 젊은이 두 사람, 이경원 전 사무처장과 최은아 전 선전위원장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채워진 부당한 족쇄를 풀어 주십시오.
짧지 않은 이야기를 경청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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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후 진 술
2012 노 82 국가보안법 위반
피고인 최은아

지난 5월 7일은 이번 사건으로 저희가 처음 연행, 구속된 지 만 2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재판에 함께 해 주신 많은 선생님들과 부모님, 변호사님들께 각별히 감사드립니다.
 
재판장님.
지난 2011년 12월 22일 1심 재판부였던 서울중앙지방법원 25형사부는 본인에게 국가보안법 위반(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찬양·고무) 혐의를 적용하여 징역 2년 6월 및 자격정지 2년 6월(4년간 집행유예)을 선고하였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이른바 ‘범죄사실’ 중 ‘특수잡입,탈출’ 부분과 관련하여 통일부에 신고, 허가 받은 사실관계의 정합성을 인정하여 대부분 무죄판결을 하였습니다. 이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당연한 판결입니다만, 그 외 검찰이 주장한 대부분의 기소 사실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저희는 항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 역시도 항소를 제기하였는데, 검찰 항소 이유는 대부분 특수잠입, 탈출이 무죄로 판결된 것에 대한 내용입니다. 검찰은 항소를 제기하면서 1심과 마찬가지로 저희가 지령을 받을 목적으로 신분을 속여 각종 실무접촉 등에 참여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이와 관련하여 당시 통일부 직원이었던 고경빈씨의 증언에서도 드러나듯 통일연대와 6.15남측위원회의 실무접촉이므로 통일부의 요청에 따라 각기 통일연대, 6.15 남측위원회로 신고한 것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인 만큼, 이에 대해 부언하지는 않겠습니다. 그 외 저의 항소요지에 대해서는 항소이유서와 변호인단의 변론에 주요 내용이 담겨 있으므로 역시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최근 수년간 한국사회에 보다 심각해지고 있는 비이성적 낙인찍기와 국가보안법의 적용에 대해서만 의견을 밝히겠습니다.
 
저는 재판에 임하면 임할수록, 또 검찰과 1심 재판부의 주장에 대해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우리 사회의 ‘색깔론’이 얼마나 뿌리깊은 것이고, 비이성적으로 맹신되고 있는 구태인지 절감하고 있습니다.
최근처럼 이른바 ‘사회주의적 주장’이니 ‘종북’이니, ‘이적’이니 하는 말들이 자주 등장하는 때가 과연 있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온 이래 지금과 같은 비이성적 광기가 사회를 휩쓴 때는 일찍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급기야 지난 해 서울시장 선거 때에 한 정치인은 ‘무상급식은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공격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경제수준이 엄연히 다른 학생들에게 균등한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사회주의적 평등 정책이라고 말입니다. 자본의 무한경쟁을 찬미하는 사람들은 국가가 개입하여 소득의 불균형을 메우는 복지정책을 펼치는 것은 자본주의에 역행하는 정책으로 비판하곤 합니다. 미국 공화당계열의 ‘티파티’에서 의료보험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까지도 사회주의자라 공격하는 것 역시 이와 마찬가지의 맥락이지요.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이 합리적인 것입니까? 국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국가가 복지정책을 펼치는 것은 자본주의의 극단적 폐해를 줄이기 위한 역사적 조치였습니다. 유럽과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복지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한 채, 사회주의적 정책과 유사한 요소가 있다고 하여 이에 대해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 공격한다면,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복지정책은 없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고령자 지원정책 - 만 65세 이상이라면 소득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무료인 지하철 요금정책이나, 교통요금 할인 정책 등 - 역시 불가능할 것입니다. 자신과 경쟁하거나 대립하는 상대방을 비판하기 위해 색깔론을 들고 나오면 이렇게 모순되고 비이성적인 주장이 나오게 됩니다.
어떤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대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이 같은 행태는 특정 집단의 이익, 즉 사적 이익을 위해 사회의 건강한 비판과 토론을 마비시키는 것으로서, 사상, 양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민주주의의 토대를 가장 심각하게 파괴하는 처사로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이와 같은 비이성적 색깔론의 원조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국가보안법입니다. 그동안 국가보안법 적용 과정에서 어떤 주장이나 행동이 이른바 ‘북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로 처벌받았던 사례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오늘, 5월 18일은 광주에서 민주화항쟁이 일어났던 날입니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에 이 사건에 대해 당시 검찰과 사법부가 보여주었던 태도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숱한 사람들이 광주항쟁의 진상을 알리다가 북의 주장과 유사하다 하여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으로 인해 처벌받았습니다. `광주사태에 대한 진상' 등의 제목으로 5.18에 대한 신군부의 진압실상을 알리는 유인물을 주민 등에게 배포한 것을 문제삼아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등으로 기소, 처벌한 ‘아람회’ 사건(최근에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은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북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잣대가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황당한 것인지, 또 특정 집단의 이익을 ‘국가의 존립 안전’ 수준으로 왜곡하는 파렴치한 사익추구 행태에 경종을 올려야 할 검찰과 사법부가 이에 무책임하게 동조할 경우 어떠한 희생과 비극이 뒤따르는 지, 우리 사법역사는 엄중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1심 재판부와 검찰이 문제 삼고 있는 국가보안법이나 주한미군 문제, 한미연합 군사훈련 등은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아닙니다.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지 이미 많은 의견들이 제시되었고, 저의 주장과 같이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에 17대 국회의원의 경우 과반수가, 국민 여론의 경우 70%가 동의하는 바이며 주한미군 철수 또한 68%의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기도 합니다.
국민적 합의가 미진한 주장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제기할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진정한 자유민주적 원칙일 터인데, 하물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국가보안법 폐지나 주한미군 철수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입니다.
미국 정부가 숱하게 미군 철수를 주장해 온 것은 괜찮고, 국민 한 사람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북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적행위라고 탄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중적 잣대입니다.
 
국가보안법이 활개치면 칠수록 사회의 민주지수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권력의 입장과 배치되는 주장을 ‘이적행위’로 낙인찍고 국가기관, 언론을 동원하여 압박할 경우 국민이 위축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결국 수구세력의 폭주에 대한 비판은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사회의 퇴행은 필연적입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국가보안법 적용사례가 날로 확대되는 가운데 표현의 자유가 심각히 훼손되고 있다는 국제기구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으며, 무상급식은 사회주의요 해군기지 반대는 종북이라는 식의 비이성적 편가르기와 낙인찍기가 횡행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재판장님.
사익추구를 ‘정의’나 ‘국가의 존립, 안전’의 경지로까지 격상시키고, 사회 양극화를 ‘선진화’로, 남북관계를 극단으로 몰아가는 대결정책을 ‘개방’ 정책으로 호도함에 따라, 국민의 생존권과 평화가 심각히 파괴되었고 심지어 정상적인 언어생활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전문에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 실현을 명시하고 있는 우리 헌법정신이 처참히 훼손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의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인 양심, 사상,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훼손하는 사실상의 국헌문란 사태속에서 사법부는 헌법 정신의 수호자요 실현자로서 중심을 잡아주셔야 합니다.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국가의 존립, 안전’을 위한 것으로 성역화하여 다른 정치적 견해를 탄압하려는 수구적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고, 헌법의 정신에 따라 판결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정의’와 ‘상식’이라는 어찌 보면 소박한 진리를 위해 자신을 던진 사람들의 넋이 5.18의 족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개인적 불이익을 기꺼이 감수하면서도 어떠한 변화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던졌던 사람들은 선지자나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이웃들이었습니다.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분단과 냉전의 강박을 벗어 던지고, 정의, 평화, 번영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평범한 사람들의 노력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으며, 우리 사법부 또한 이 노력에 동참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경원 전 사무처장의 최후진술서는 도착하는대로 올리겠습니다.